치매 어르신을 돌보다 보면 가장 많이 듣는 말 중 하나가 "집에 가겠다"예요. 주간보호센터에서도, 가정에서도 반복되는 이 말에 보호자분들이 지쳐가는 경우가 많아요. 왜 이런 말씀을 하시는지, 현장에서 어떻게 대응하는지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정리해드릴게요.
매일 점심 후 시작되는 "집에 갑시다"
우리 센터에 오시는 할아버지 한 분이 계세요. 아침에 오시면 인지지원활동도 열심히 하시고 오전 프로그램도 잘 참여하세요. 그런데 점심 식사가 끝나면 어김없이 시작돼요.
"그냥~ 집에 갑시다~ 얼른 갑시다~"
— 매일 점심 후 반복되는 할아버지의 말씀
달래드려도 금방 다시 "집에 가야 한다"고 하세요. 어떤 날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휴식실 밖으로 나가시려고 해요. 그 순간이 제일 긴장돼요. 건물 밖으로 나가시면 안전 문제가 생길 수 있거든요. 그래서 얼른 가서 잡아드려요. 강제로 막으면 더 흥분하실 수 있으니까 옆에서 같이 걸으면서 자연스럽게 안으로 모시고 들어오는 거예요.
그런데 이 할아버지, 인지지원활동 시간에 색깔 도구를 쓰실 때 항상 같은 색만 고르세요. 다양한 색이 앞에 있는데도요. 처음엔 그냥 취향인가 싶었는데, 이것도 치매와 연관이 있어요.

같은 색만 쓰시는 것도 치매 증상이에요 — 색채 인지 저하
치매가 진행되면 뇌의 시각 처리 영역이 영향을 받아요. 색을 구별하는 능력이 떨어지면서 다양한 색이 있어도 하나의 색만 반복해서 선택하게 되는 거예요. 의도적으로 그러시는 게 아니에요. 뇌가 색을 다르게 인식하는 것이라 어르신 잘못이 아니에요.
이걸 알고 나면 인지지원활동 중 어르신의 반응을 다르게 보게 돼요. "왜 저러시지"가 아니라 "뇌가 지금 그렇게 보이는구나"로 이해하게 되거든요. 어르신을 탓하거나 고치려 하기보다 그냥 함께 그 색으로 활동을 이어가는 게 맞아요.
왜 집에 가고 싶다고 하실까요 — 귀가 욕구의 진짜 이유
치매 어르신이 "집에 가야 한다"고 하실 때, 사실 지금 사시는 집을 말씀하시는 게 아닌 경우가 많아요.
치매가 진행되면 최근 기억보다 오래된 기억이 더 또렷하게 남아있어요. 그래서 수십 년 전 살던 집, 아이들을 키우던 시절의 집을 그리워하시는 거예요. 또는 "딸이 기다린다", "밥을 해야 한다"처럼 과거의 책임감에서 오는 불안이 "집에 가야 한다"는 말로 나오는 경우도 많아요.
말 자체보다 그 뒤에 있는 감정을 보는 게 중요해요. "집에 가고 싶다"는 말 안에는 익숙한 곳에 있고 싶다, 안심하고 싶다는 마음이 담겨있어요. 그 마음을 먼저 알아드리는 게 출발점이에요.
일몰 증후군 — 저녁이 되면 더 심해지는 이유
귀가 욕구는 특히 오후나 저녁 시간에 심해지는 경우가 많아요. 이걸 일몰 증후군(Sundowning)이라고 해요. 해가 질 무렵부터 인지 기능이 더 떨어지면서 혼란이 심해지고, 집에 가겠다거나 누군가를 찾겠다고 하시는 증상이 나타나요.
할아버지가 점심 후부터 귀가 욕구가 생기시는 것도 이 패턴과 연관이 있을 수 있어요. 하루 중 인지 기능의 변화가 시간대별로 다르게 나타나거든요.

현장에서 통하는 대응법들
① 감정을 먼저 공감해드리기
"집에 가고 싶으시구나" 하고 먼저 감정을 인정해드리는 게 중요해요. "여기가 집이에요", "집에 못 가요"처럼 바로 부정하면 오히려 더 불안해지세요. 맞다 틀리다를 따지기보다 그 감정 자체를 받아드리는 게 먼저예요.
②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리기
간식을 드린다거나, 좋아하시는 이야기를 꺼낸다거나, 다른 활동으로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방법이에요. 치매 어르신은 금방 잊으시기 때문에 주의가 전환되면 귀가 욕구도 잦아드는 경우가 많아요. 억지로 막으려 하기보다 자연스럽게 흘려보내는 게 훨씬 효과적이에요.
③ 치료적 거짓말 활용하기
현장에서 가장 많이 쓰는 방법이에요. "조금 있다 차 출발할 거니까 같이 갑시다" 하고 달래드리거나, 어르신이 보고 싶어하시는 가족 이름을 활용하기도 해요.
어르신이 딸을 그리워하신다면 "영숙이 만나러 이제 갈 거예요" 하고 말씀드려요. 그 말씀에 안심하시거든요. 거짓말이지만 어르신 마음속 불안을 달래드리는 거예요. 이걸 전문 용어로 치료적 거짓말(Therapeutic Fibbing)이라고 해요. 치매 케어에서 권장하는 방법이에요.
— 현장 사회복지사
④ 무리하게 막으려 하지 않기
나가시려는 걸 강제로 막으면 오히려 더 흥분하실 수 있어요. 자연스럽게 옆에서 함께 걷다가 다시 안으로 모시는 방법이 더 효과적이에요. 단, 안전을 위해 혼자 두면 안 되고 반드시 옆에서 함께하셔야 해요.
⑤ 조용한 환경 만들어드리기
귀가 욕구가 심하실 때 주변이 시끄럽거나 자극이 많으면 더 불안해지실 수 있어요. 조용한 공간으로 모시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옆에 있어드리는 것만으로도 안정되시는 경우가 있어요.
| 상황 | 이렇게 해보세요 |
|---|---|
| 집에 가겠다고 반복하실 때 | "집에 가고 싶으시구나" 감정 먼저 공감 |
| 계속 같은 말씀 하실 때 | 간식, 좋아하는 활동으로 주의 전환 |
| 가족 찾으실 때 | 가족 이름 활용 — "영숙이 만나러 곧 갈 거예요" |
| 밖으로 나가려 하실 때 | 강제로 막지 말고 함께 걸으며 자연스럽게 안내 |
| 매우 불안해하실 때 | 조용한 공간으로 모시고 옆에 조용히 함께 있기 |
센터 현실 — 작은 곳은 더 어려워요
규모가 큰 센터는 사회복무요원이 문 앞에 상주하면서 어르신이 갑자기 나가시려 할 때 바로 대응할 수 있어요. 그런데 작은 센터는 그런 인력이 없어요. 요양보호사 선생님이 다른 어르신을 케어하는 동안 귀가 욕구가 강한 어르신을 계속 지켜보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요.
그래서 솔직하게 말씀드려요. 이런 부분이 있다고 보호자분들께 미리 말씀드려요. 보호자분들도 직장이 있고 업무가 있어서 어르신을 하루 종일 집에서 모시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거 알아요. 그래서 이 상황을 함께 어떻게 해결할지 의논해나가는 거예요.
보호자분들이 집에서 미리 해두면 좋은 것들
이 부분은 보호자분들 상담할 때 정말 자주 설명드리는 내용이에요.
귀가 욕구나 배회 증상이 있는 어르신을 집에서 모시고 계신다면 미리 준비해두시면 좋은 게 있어요.
- 배회 인식표 신청 — 치매안심센터에서 무료로 만들어드려요. 어르신 이름, 연락처가 적혀있어 실종 시 빠르게 연락받을 수 있어요
- 지문 등록 — 치매안심센터 또는 경찰서에서 무료로 등록할 수 있어요. 실종 시 신원 확인이 빨라져요
- GPS 위치 추적기 — 어르신 가방이나 옷에 넣어두면 위치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어요
- 현관문 알람 — 문이 열릴 때 소리가 나도록 설치해두면 어르신이 나가시려 할 때 바로 알 수 있어요
- 주변 이웃에게 알려두기 — 동네 가게, 이웃에게 어르신 얼굴과 연락처를 알려두면 도움이 돼요
자주 묻는 질문
Q. 계속 같은 말 반복하시는데 매번 대답해드려야 하나요?
매번 대답해드리는 게 맞아요. 치매 어르신은 방금 대답을 들으셨어도 기억을 못 하시거든요. 귀찮아도 반복해서 따뜻하게 대답해드리는 게 어르신 불안을 줄여드리는 방법이에요. 단, 같은 말을 계속 들으면 보호자분이 지치실 수 있어요. 보호자 본인도 쉬어야 해요.
Q. "집에 가겠다"고 하실 때 거짓말해도 되나요?
네, 치매 케어에서는 치료적 거짓말이 권장돼요. 사실을 말씀드려도 치매 어르신은 받아들이기 어렵고 오히려 더 불안해지실 수 있어요. "조금 있다 같이 가요", "딸이 곧 올 거예요" 같은 말씀이 어르신 마음을 안정시켜드리는 데 훨씬 효과적이에요.
Q. 약을 먹으면 귀가 욕구가 나아지나요?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불안이나 행동심리증상이 심한 경우 약물 조정이 도움이 되는 경우가 있어요. 담당 신경과 또는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와 상담해보시길 권해요. 무조건 약을 먹어야 하는 건 아니지만, 증상이 심하다면 전문가 판단이 필요해요.
Q. 집에서도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어떻게 하나요?
집에서도 같은 방법을 쓰시면 돼요. 감정 공감 → 주의 전환 → 치료적 거짓말 순서로 시도해보세요. 그래도 너무 힘드시다면 치매안심센터(☎ 1899-9988)에 전화하시면 보호자 상담도 받을 수 있어요. 혼자 감당하지 않으셔도 돼요.
할아버지는 오늘도 점심 후에 "집에 갑시다" 하실 거예요. 그리고 저는 또 "조금 있다 차 출발할 거니까 같이 가요" 하고 말씀드릴 거예요. 완벽한 해결책은 없지만, 그 순간만큼은 안심하시거든요. 그걸로 충분해요.
이 글은 정보 제공 및 현장 경험 공유 목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개인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으니 치매안심센터(☎ 1899-9988) 또는 담당 의사와 상담해보세요.
📌 보건복지상담센터: ☎ 129
📌 중앙치매센터: nid.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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